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배우 오영수(81) 씨가 여성 연극단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오 씨는 2심 재판부의 판단으로 법적 굴레를 벗게 되었으나, 피해자 측은 "개탄스러운 판결"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재판장 곽형섭 부장판사)는 11일 오영수 씨의 강제추행 혐의 항소심 선고에서 1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가 오 씨에게 선고했던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파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건의 공소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핵심적인 이유는 '증거 불충분'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의문'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강제추행 발생 약 6개월 후에야 상담소에 상담을 받고 사실을 알렸다"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고, 공소사실처럼 피고인이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때는 피고인의 이익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성범죄 피해 진술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형사 재판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적용한 것이다.

 

특히 논란이 되었던 오 씨의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1심에서 유죄의 주요 증거로 작용했던 이 사과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던 상황에서 피해자가 보낸 메시지를 따지기에 앞서 사과한 행동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범죄 행위가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작품이 받는 타격이 불가피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사과 메시지를 보내는 게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과가 곧 범행 인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오 씨가 연극단원 A씨를 "평소보다 더 힘을 줘 껴안았다"는 피해자 주장에 대해서도 "예의상 포옹한 강도와 얼마나 다른지 명확하게 비춰지지 않아 포옹의 강도만으로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A씨 주거지 앞에서 볼에 입맞춤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입증할 만한 수사가 이뤄진 게 없다"며 수사기관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오 씨는 재판이 끝난 직후 취재진에게 "현명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하며 감사드린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반면, 피해자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즉각적인 유감을 표명했다. 피해자 측은 "사법부가 내린 개탄스러운 판결은 성폭력 발생 구조와 위계 구조를 굳건히 하는 데 일조하는 부끄러운 선고"라며, "무죄 판결이 결코 진실을 무력화하거나 제가 겪은 고통을 지워버릴 수 없다. 사법부는 이번 판결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에 대해 책임감 있게 성찰해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 씨는 2017년 여름 연극 공연차 지방에 체류하던 중 연극단원 A씨를 두 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로 2022년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공소 사실에 따르면, 오 씨는 A씨를 산책로에서 껴안고 A씨의 주거지 앞에서 볼에 입맞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명시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1심과 항소심 결심 공판 모두에서 오 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하며, 해당 혐의에 대한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은 '미투(Me Too)' 운동 이후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 씨는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배우 최초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누리던 중 기소돼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번 판결로 인해 검찰의 상고 여부와 함께 사법 정의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